AI 네이티브 글쓰기는 어떤 모습일까요?
Minseo새로운 사고 방식에는 새로운 작업 공간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Arky를 만드는 이유, 그리고 AI 시대의 글쓰기는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AI 네이티브 글쓰기는 어떤 모습일까?

안녕하세요, Arky를 만들고 있는 김민서입니다.
Arky는 AI와 지식을 다듬는 작업 공간입니다. 지식 편집기(Knowledge Editor)라고도 표현하는데요.
보통은 "그게 뭔데?"라는 반문을 듣습니다. 코드 편집기(Code Editor)라고 하면, Cursor, Windsurf, VS Code 같은 IDE를 떠올릴 수 있고, 문서 편집기(Document Editor)라고 하면, Word나 Notion과 같은 워드 프로세서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식 편집기라고 하면, 떠올릴 것이 마땅히 없죠.
그래서 어떤 것을, 무엇을 위해, 왜 만드려고 하는 지를 설명하는 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배경을 이해하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워드 프로세서, 이게 최선인가?
위 물음은, Arky를 떠올리기 한참 전부터 갖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저는 학창시절부터 수많은 문서를 써왔습니다. 그 중 특히, 프로젝트 계획을 세울 때나 여러 정보를 참고해서 리포트를 만들 때 답답함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정리 안 되고 어지러운 느낌, 아마 여러분도 느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Word, PPT, Excel은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오피스 도구입니다. 과제, 업무 등 다양한 상황에서 내용을 정리하고 표현할 때 사용합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정리하는 것은 결국 '정보'이고 '지식'인데, 왜 Word나 PPT는 '어떻게 보여지는 지'에 유독 집중하고 있지? 라는 근본적인 물음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Notion은 저에게 정말 훌륭한 도구였습니다. 문서의 '겉모습'에서 탈출해서 조금 더 '지식'에 근접한 작성을 가능하게 해주었기 때문이죠. 더 이상 폰트를 '산돌고딕'으로 설정하고, 본문을 12pt로 하고, 제목을 36pt로 한 다음, 볼드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페이지 단위로 다양한 생각이나 정보를 계층적으로 보관할 수 있습니다. 블록 단위로 처리돼서 내용을 옮기거나 편집하기도 쉬워졌습니다.
저는 그래서 새로운 무언가를 작성할 때, 자연스럽게 Notion부터 켜게 됩니다. 지금은 Notion이 없을 때를 상상하기조차 힘들어요. 현 시점 전세계 1억 명+이 사용하고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Notion에서도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아까 말씀드린 그 상황, 여러 정보를 다루면서 내용을 정리할 때, 여러 정보를 활용해서 계획을 짜거나, 정보의 묶음을 만들 때를 생각해보면요. Notion을 써도 여전히 답답합니다. 정리되지 않은 여러 텍스트 뭉치들이 나돌고, 메모장도 갔다가, 종이에 쓰다가 왔다갔다합니다. 브라우저 탭, 참고자료 탭이 몇 십개가 열려있어요.
Notion에서 자료를 작성하며 답답함이 드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생각 흐름이 일반적인 워드 프로세서처럼 동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생각은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곧게 흐르지 않습니다.

다양한 정보들을 참조하면서 그 정보들의 공통점이나 논리적 관계를 발견하고, 계층을 나누거나 카테고리를 분류합니다. 여러 주제나 관점을 왔다갔다하며 생각합니다. 이렇듯 우리 생각은 본디 산발적이고 비선형적으로 움직이죠.
Notion은 분명 기존보다 더 편리한 편집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허나, 워드 프로세서 기반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지식 편집이 어려운 것이죠. 경직된 환경에서는 위와 같은 과정을 수행하기 힘드니까 답답함이 느껴지고, 대안적 행동으로서 다양한 도구를 왔다갔다 하게 되는 것이죠.
(c.f. 비교하자면, 일반적인 일기나 지금 쓰는 것 같은 에세이는 지식 편집 작업을 딱히 수반하지 않습니다. 생각의 흐름이 곧 문서의 내용이 되니까요. 하지만 무언가를 기획할 때는 '지식 편집'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Figma는 이런 저에게 해방감을 주었습니다.
Figma는 소프트웨어 UI 디자인 도구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금껏 프로덕트 디자인을 해왔기 때문에 Figma가 굉장히 친숙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Figma에 기획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원래는 1차원 안에 갇혀있어서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데, 훨씬 쾌적합니다. 주제와 관련된 여러 텍스트, 이미지 등의 자료를 뿌려놓고 그것들을 분류하고 확장시키면서 논리적인 정돈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유로운 경험을 뒤로하고 이 내용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거나, 제가 나중에 봐도 이해하기 쉽도록 보관하려면 다시 Notion과 같은 '문서 기반 도구'로 돌아와서 정리해야했습니다. Figma는 기본적으로 디자인 도구이기 때문에 마크다운을 지원하지 않고, 내용의 계층이 개념적으로 구분되지 않아서 문서화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Notion의 Page단위 계층 구분과 달리, Figma에서는 Frame에 어떤 텍스트를 넣는다고 해도 그것이 논리적으로 구조화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정보를 조직하는 환경'과 '정리해서 전달하는 환경'이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Word는 내용을 보기좋게 전달하기 위해 스타일링하는 도구이고, Figma는 정보를 조직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했을 때, Notion은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느낌입니다.
생각을 펼치고 발전시키기에는 화이트보드나 Figma 같은 캔버스 환경이 훨씬 편합니다. 반면, 이렇게 만든 생각이나 정보를 보기 좋게 정돈하고 전달하는 데는 Notion과 같은 문서 기반 환경이 더 적합했죠. 하지만 이 두 가지 도구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작동 방식도, 정보를 다루는 체계도 너무나 다릅니다.

종이와 펜, Figma, 메모장, Notion을 오가며 수많은 텍스트 덩어리들을 어찌저찌 조합한 끝에, Notion 새 페이지를 열어 내용을 깔끔하게 담아내곤 했는데, 이전의 브레인스토밍 과정 자체가 너무나 뒤죽박죽이었습니다.
주제와 관련된 자료들을 관리하거나, 다양한 정보들을 가져와 이해하고 하나의 맥락으로 엮는 일은 늘 어렵고 번거로웠습니다. 그러나 뚜렷한 대안이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이 불편함을 마음 속에 담아둘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이 문제가 특정 규모의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인가'하는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지식 편집' 과정을 어찌저찌 해결하고 있고, Notion이라는 좋은 도구도 이미 나와 있으니까요.
그런데 AI가 등장했습니다. 저는 이게 큰 기회로 느껴졌습니다.
Artificial Intelligence, 말 그대로 인공 '지능'입니다. 즉,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가 생긴 것입니다. 당장 ChatGPT 웹페이지에 들어가면 정말 다양한 지식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요즘은 이미지도 잘 만들어줍니다.
이런 AI와의 작업은 주로, 친구랑 카카오톡하듯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는 대화형(Chat) UI에서 이루어집니다. 단편적인 결과물을 얻는 데에는 좋은 UI이지만, 하나의 완성된 지식 맥락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이러한 대화형 UI는 한계가 있습니다. ChatGPT Canvas처럼 작성한 결과를 끌고 나가면서 편집할 수 있는 UI가 있긴 하지만, 이곳에서 모든 작업을 수행할 수는 없죠.

처음에는 프로젝트 이름이 ize였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태생적으로 종이나 화이트보드처럼 자유로운 캔버스 위에서 생각을 펼치고 발전시키는 게 더 자연스럽습니다. AI와의 협업도 마찬가지로 함께 '생각하는 일'에 가까운데, 대화형 UI나 문서 UI 등 순차적인 작성환경에서 AI가 활용되고 있죠.
그래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탭 전환이 굉장히 잦아졌습니다. AI와 이야기하다가 작업 환경으로 돌아와서 복사하고 붙여 넣으며 다시 수정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물론 구글에서 자료를 긁어와 편집할 때도 비슷한 작업이 있었지만, AI가 등장한 이후에는 이 과정이 더욱 빈번해졌습니다. AI가 생각의 발전 과정 전반에 깊숙이 개입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AI와 대화를 하며 답변을 발전시키려면, 내가 원하는 맥락을 AI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즉, 작업 환경을 벗어나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AI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원하는 답변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질문을 발전시키고, 그 결과를 드래그해서 복사하고 붙여 넣는 일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럼 기존 문서도구랑 AI랑 합치면 되는 것 아니냐? 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의 문서 도구들도 AI가 등장하자마자 병합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Notion AI만 봐도 출시된 지 꽤 되었죠 (2022년 11월). 그런데 정작 저 뿐만 아니라 제 주변 사람, 리서치했던 30여명의 사람들 중에 Notion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Word에서 Microsoft Copilot을 활용하는 사람, Google Docs에서 Gemini를 활용하는 사람도 없었어요. (전체 인구 중에서도 굉장히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느껴지시나요? '생각하기 좋은' 환경과 '읽기 좋은' 환경은 다릅니다. 우리는 "읽기 좋은" 문서 환경 안에서 "생각하는 행위"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AI와의 협업도 마찬가지로 "함께 생각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생각하는 일을 읽기 좋은 문서에서 하라고 하면 제대로 된 시너지가 날 리 만무하죠. 기존 환경에 단순히 AI를 add-on으로 붙이는 방안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저의 관점입니다.


생각을 발산하고, 발전시키고 수렴하는, 이러한 말랑말랑한 지식 작업은 캔버스 같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훨씬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AI가 제공해준 다양한 답변과 여러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참조해서 하나의 맥락을 만들어가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그 차이를 느끼기가 더 쉬울 것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아이디어가 빠르게 떠오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오롯이 작성자가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하고, 작성해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첫 문장을 시작하기 전부터 AI에게 아이디어나 초안을 제공받습니다. ChatGPT, Perplexity가 조사하고 요약해주는 여러 자료들을 검토하고 재구성합니다. 구조를 잡고, 내용을 발전시키고, 번역하는 등 작성 여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작업을 AI와 함께 처리합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글쓰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문서 작성 도구는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Microsoft Word는 나온지 40년이 넘었고, 그간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오피스 도구 시장은 Google과 Microsoft가 복점(Duopoly)하는 시장입니다. 이제는 도구도 이 흐름에 맞게 진화해야합니다.
크게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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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발전으로 인해 '지식 편집' 과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 AI가 많은 정보를 제시해주기 때문에, 사용자가 파악하고 처리해야할 정보 양이 오히려 늘어났어요.
- 지금은 AI와 함께 생각을 처리할 수 있게 됐고, 그렇다면 AI와 함께 생각하고 지식을 구성하는 데에 최적화된 환경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의 흐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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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자료 변환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이전에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가 그 대안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어요.
- 지식 맥락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것을 발행할 수 없으면 반쪽짜리였습니다. (내가 Figma에서 작성한걸 누군가에게 공유할 때 그 자체로 공유 못해서 Notion에 깔끔하게 옮기는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 회사에서도 그렇고, 일할 때는 템플릿이 많이 쓰이는데요. 기존에는 지식 구성을 편하게 할 수 있는 'something'이 있다고 해도, 특정 템플릿에 맞게 다시 적어야한다거나 PPT 보고서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거나 했습니다. 사실상 업무 프로세스가 하나 추가되는 거라서 큰 효용을 주기가 힘들었죠.
- 그런데 AI 기술 발전으로 이제 '구조화된 지식'이 있으면 그것들을 다른 형태로 변환/가공하기가 무척 쉬워졌습니다. 즉, 원천 지식을 잘 만들 수 있으면 그걸 활용해서 다양한 부가 자료들을 생성해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부분도 제품을 떠올리는 데에 한 몫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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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잠재력을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활용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사람이 지식을 다룰 때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의 부재)
- 위에서 말한거랑 비슷한 느낌이기는 한데, 지금 AI가 과연 모두에게 온전히 활용되고 있을까? 라고 했을 때 제 대답은 무조건 NO이거든요.
- 예를 들면, RAG 시스템을 구축해서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지식 일부를 AI와 동기화한다거나, 프롬프팅 활용해서 응답 품질을 높인다거나 하는 건 추가적인 작업이 요구됩니다.
- 그래서 이런 AI 활용가능성을 모두에게 높이자는 측면도 제작 원인의 일부가 되겠네요.

즉, "정보의 조직과 생산"에 최적화된 환경과 "정보의 발행 및 유통"에 최적화된 환경을 합쳐놓는다면, 그리고 거기에 AI가 자연스럽게 합쳐진다면, 훨씬 쉽고 빠르게, AI를 더 잘 활용해서 정보를 지식으로 만들고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보다 편리하게 지식을 구축하고 관리할 수 있는 환경, 그러한 '핸들'이 등장한다면, MCP를 통해 다양한 도구에서 쓰이는 나만의 혹은 우리 팀만의 'Knowledge base'를 만드는 최적의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이거 잘 만들면 Next Big thing, post Office365가 될 수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Arky는 새로운 지식 편집 환경입니다.
무언가를 작성하는 경험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AI 시대의 글쓰기란 어떠할까'라는 물음이 Arky의 설계 배경이 되었죠. 왼쪽 상단에서부터 오른쪽 하단으로 흐르는 경직된 문서 환경에서 벗어나, Arky에서는 떠오르는 것을 캔버스 위에 마음껏 펼치고 AI와 함께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작성 중 언제든 문서로 바꿀 수 있습니다.
지식을 '맥락화된 정보'라고 정의했을 때, Arky는 여러 정보들을 통합하고 맥락화하는 과정을 돕습니다. 정보의 관계를 만들고, 내용을 구성하는 등의 '지식 편집' 행위를 사고 친화적인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에요. 그렇게 먼저 지식을 구성하고, 그 다음 필요한 파일 형식에 담으면 된다는 컨셉이었습니다. (pdf든, 웹 페이지든, .docx든 .pptx든… AI 기술로 자료 형식 변환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복잡한 생각을 명확하고 일관된 결과물로 바꾸는 과정에 유용합니다. 학술적 글쓰기든, 전략 기획이든, 혹은 사고에서 출발하는 모든 지식 작업에 Arky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Arky를 문서 편집기가 아니라 "지식 편집기"로 정의합니다. 문서는 지식을 담는 틀에 불과하고,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 지식이니까요. 그 지식은 마크다운을 기반으로 한 "계층화된 정보"로 구성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동작하는데요?
Arky에서는 Figma같은 캔버스에서 마크다운 문서를 작성할 수 있어요. 캔버스 위에 문서를 올려놓고 그 문서 안에서 마크다운을 쓰는 모습이랑은 전혀 다릅니다! 2차원 위에 문서를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2차원에 작성한 그 정보들이 1차원으로 정렬되는 구조에요.
마치 기존의 문서 작성 환경이 CLI라고 한다면, 지금 저희가 만들고 있는 환경은 GUI에 빗대어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다양한 정보를 뿌리고 이걸 조립해서 지식으로 만들어가는 경험은, 그 자체로도 편할 수 있는데요, 이 과정을 AI와 함께 한다면 AI의 잠재력을 더욱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캔버스에서 작성한 내용을 언제든 기존 문서 도구 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동떨어져있는 두 개의 환경이 아닌 것이죠. 내가 여기서 쓴걸 AI가 문서로 변환해주고.. 이런게 아닙니다.
Notion과 Figma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고 이해하면 편할 것 같아요. 작성한 내용이 일대일 대응되어서, 필요에 따라 뷰를 전환하면서 작성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Notion 같은 '읽기 좋은' 문서 뷰에서 글을 쓰다가, 좀 복잡해져서 브레인스토밍하기 좋은 캔버스 뷰로 전환해서 이런 저런 정보들을 편집하고, 다시 Notion 뷰로 돌아와서 문서를 이어서 쓸 수 있는 것이죠.
몇 가지의 이점이 생깁니다. 앞서 말하다 말았는데, 브레인스토밍이 편한 환경에서는 AI와의 협업이 더욱 자연스럽습니다. 다양한 정보들을 뿌려놓고 합친다거나, 요약한다거나, 번역하는 등의 "지식 작업"을 더욱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지금 제품을 개발하며 테스트하고 있는데, 역체감이 있습니다. Arky에서 쓰다가 Notion으로 돌아오면 답답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죠. (마치 120hz쓰다가 60hz쓰면 화면 버버벅 거리면서 고장난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인터페이스에 AI가 들어온다면 어떨까요. 작업 맥락을 인지하면서 내가 작업하는 내용을 능동적으로 돕는 상황은 마치 Cursor가 IDE 환경과 AI를 멋지게 융합한 것과 비슷한데요. 내가 굳이 이것저것 설명하지 않아도, 마크다운 계층에 따른 지식을 이해하고 AI는 그것에 맞게 답변할 수 있게 됩니다. (진정한 Brainstorming Copilot인 것이죠)

지금 Cursor와 Obsidian을 마크다운 파일을 매개로 활용하시는 분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하고 계시는 겁니다. 그런데 조금 더 시스템화되어있고 인간친화적인 버전이 Arky인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지식 편집이 더욱 쉬워지고 빨라집니다. AI와 더욱 고차원적인 협업이 가능해지죠. 그렇게 지식을 먼저 형성한 이후에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해당 지식을 필요한 그릇에 담아서 내보낼 수 있습니다. MCP를 활용해서 다양한 작업에 활용할 수도 있죠. (이 '내보내기' 부분에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긴 하나, 인터렉티브한 웹사이트나 동영상까지도 생성가능할 수 있습니다.)
정말 다양한 활용사례가 있을 수 있는데요, 이건 출시 후에 하나씩 파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마무리
최근에 Slack 창업자가 제품 출시 전에 팀에게 보낸 편지(We don't sell saddles here)를 읽었습니다. 저희 또한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사랑받는 양품(良品)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소함을 놓치지 않고, 고객의 경험을 가장 먼저 생각하며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개개인부터 팀까지, 함께 생각하고 일하는 전반의 여정을 최적화시킬 것이지만 그것만이 저희의 목표는 아닙니다. 궁극적으로는 지식의 생산과 유통을 최적화할 것입니다. 죽은 인터넷 이론을 반박할 수 있는, 출처가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가 구성한 지식에 엑세스해서 나의 것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internet을 꿈꿉니다.
더 쉽게 새로운 지식을 이해하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서 AI기술을 통해 인류의 "평균" 지능을 한 단계 진보시키고 싶습니다. 합리적인 개인이 많아진다면, 민주 사회가 더 잘 작동하지 않을까요?
추가 감상
제품을 빠르게 만들고 잠재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만이 나침반 역할을 해주겠죠. 불안이 엄습할 때마다 Ivan이나 Dylan 같이 제가 존경하는 창업자 이야기를 읽습니다. 그들도 이러한 시기를 겪었겠지만, 소위 믿음이 그들을 버티게 해주었겠지 라고 상상하면서요.
인류 문명 진보의 역사는 도구 발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지식 혁명이 일어나고 있고, 마차에서 자동차로 바뀐 것과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되겠죠. Tool makers are rare in the world, and we are building what people can't imagine. 오만한 소리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자동차 중에서도 포르쉐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포르쉐 2대 창업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죠.
내가 꿈꾸던 차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 Ferry Porsche
고집이나 객기일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소신일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오랜 기간 관측했던 현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고, 제가 오랜시간 고민해왔던 것으로부터의 직관이기 때문에 저는 그것을 믿는 것 같습니다.
혹시 저희 팀에 대해서 궁금하시거나, 관심이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